귀지는 왜 생기나 - 자가 배출 원리와 건성 습성 유전 면봉 위험성

귀지는 외이도의 피지선과 귀지선에서 분비되는 물질과 탈락한 피부 세포가 섞인 것입니다. 질병관리청 자료에 따르면 귀지는 외이도를 보호하고 세균 번식을 억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며 자연스럽게 배출되도록 두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합니다. 귀지에는 건성과 습성 두 가지 유형이 있으며 이는 유전자에 의해 결정됩니다. 면봉으로 귀지를 제거하려다 오히려 고막 쪽으로 밀어넣거나 외이도를 손상시킬 수 있습니다.

귀지 생성 세포와 자가 배출 시스템

외이도 바깥쪽 3분의 1 구간에 귀지를 만드는 샘이 있습니다. 피지선은 기름 성분을 분비하고 귀지선은 끈적한 분비물을 만듭니다. 귀지선은 변형된 땀샘으로 아포크린샘의 일종입니다. 하루에 약 0.01밀리리터 정도의 분비물이 만들어집니다. 여기에 외이도 피부가 벗겨지면서 나온 각질 세포가 섞입니다. 외부에서 들어온 먼지나 죽은 털도 포함됩니다.

귀지는 자동으로 밖으로 나옵니다. 외이도 피부가 고막에서 바깥쪽으로 천천히 이동합니다. 마치 컨베이어 벨트처럼 작동하는 것이죠. 턱을 움직일 때마다 외이도가 미세하게 변형되면서 귀지를 바깥으로 밉니다. 음식을 씹거나 말할 때 이 과정이 일어납니다. 한 달에 약 3밀리미터씩 이동하여 2개월에서 3개월이면 귀 밖으로 배출됩니다. 따라서 건강한 사람은 귀지를 따로 제거할 필요가 없습니다.

귀지의 성분에는 항균 물질이 들어 있습니다. 라이소자임과 면역글로불린 A가 세균과 곰팡이의 증식을 막습니다. 귀지의 pH는 약 6.5로 약산성입니다. 이 산성 환경이 병원균이 자라기 어렵게 만듭니다. 귀지는 또한 외이도 피부를 촉촉하게 유지합니다. 기름 성분이 피부를 코팅하여 건조를 막고 가려움을 예방합니다. 귀지가 전혀 없으면 외이도가 건조해지고 각질이 일어나며 가려움증이 생깁니다.

건성 귀지와 습성 귀지의 유전학

귀지는 크게 건성과 습성으로 나뉩니다. 건성 귀지는 회백색이고 부슬부슬합니다. 쉽게 부서지며 가루처럼 떨어집니다. 습성 귀지는 갈색이나 노란색이고 끈적끈적합니다. 왁스처럼 축축하고 잘 뭉칩니다. 이 차이는 ABCC11 유전자에 의해 결정됩니다. 16번 염색체에 위치한 이 유전자가 귀지선의 분비 형태를 조절합니다.

건성 귀지 유전자는 습성에 대해 열성입니다. 부모 모두에게서 건성 유전자를 물려받아야 건성 귀지를 가집니다. 한쪽이라도 습성 유전자를 물려받으면 습성 귀지가 됩니다. 동아시아인은 80퍼센트에서 95퍼센트가 건성 귀지를 가집니다. 한국인은 약 90퍼센트가 건성입니다. 반대로 유럽인과 아프리카인은 대부분 습성 귀지를 가집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귀지 유전자가 체취와도 관련이 있다는 것입니다. 건성 귀지를 가진 사람은 겨드랑이 냄새가 적습니다. ABCC11 유전자가 겨드랑이 아포크린샘의 활동도 조절하기 때문입니다. 습성 귀지를 가진 사람은 체취가 강한 경향이 있습니다. 이것은 질병이 아니라 단순한 유전적 변이입니다. 귀지 유형에 따라 귀 건강이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둘 다 정상이며 각각 장단점이 있습니다.

면봉 사용이 위험한 이유

면봉으로 귀를 후비는 습관은 매우 해롭습니다. 면봉을 귀에 넣으면 귀지가 제거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실제로는 귀지를 고막 쪽으로 밀어넣는 경우가 많습니다. 귀지가 외이도 깊숙이 쌓이면 귀지 전색증이 생깁니다. 귓구멍이 막혀서 소리가 잘 안 들리고 먹먹한 느낌이 듭니다. 이명이나 어지럼증이 동반되기도 합니다.

면봉이 외이도 피부를 긁어서 상처를 만들 수 있습니다. 상처로 세균이 침투하면 외이도염이 생깁니다. 귀가 아프고 붓고 진물이 나옵니다. 심하면 고막까지 염증이 번집니다. 면봉을 너무 깊이 넣으면 고막이 손상됩니다. 고막 천공이 생기면 청력이 떨어지고 중이염 위험이 높아집니다. 어린아이의 경우 갑자기 움직여서 면봉이 고막을 찌르는 사고가 종종 발생합니다.

귀지는 귀 바깥쪽에 나온 것만 닦아내면 됩니다. 샤워 후 수건으로 귓바퀴와 귀 입구만 가볍게 닦습니다. 귓구멍 안쪽은 건드리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귀지가 많이 쌓여서 불편하다면 이비인후과를 방문하세요. 전문 기구로 안전하게 제거할 수 있습니다. 귀지 연화제를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과산화수소나 글리세린 성분이 귀지를 부드럽게 만들어 배출을 돕습니다. 수영이나 목욕 후 귀에 물이 들어갔다면 고개를 기울여서 자연스럽게 빠지도록 합니다. 면봉으로 물기를 닦으려 하면 오히려 물을 안쪽으로 밀어넣습니다. 귀 건강을 위해서는 귀를 최대한 건드리지 않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